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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가들에게 자연은 영감의 원천이자 표현의 모태였다. 안식과 철학과 미가 관통하는 미술의 근저에는 심상을 폭넓게 건드리는 자연 세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자연 모습 그대로가 더 큰 울림을 안겨줄 때가 있다. 심각한 전시를 보고 나온 뒤 눈앞에 펼쳐지는 원대한 풍경이나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 화초를 심는 할머니들, 씨앗 뿌리는 농부 모습이 밀레나 고흐의 그림보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경기도 광주 진새골 깊숙한 골짜기에는 유럽의 비밀 화원 같은 닻미술관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예술가의 정원>展에서는 정원과 자연에 관한 작가들의 서로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각 나라, 지역의 문화와 개성에 따라 정원의 성격은 달라진다. 대지라는 캔버스에 식물로 펼쳐내는 정원 예술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식물과 자연은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준다"고 말한 이혜승 작가는 식물의 면면들을 특유의 시적 정서로 포착해냈다. 생명의 순환과 숭고함을 감각적인 사진으로 표현한 조성연, 정원을 '인간과 원류로서의 자연 사이의 타협점, 대화 공감'으로 해석한 이혜인 작가의 작품 등이 잔잔하게 와닿는다. '마음의 정원'이라고 명명한 다양한 서적 큐레이션 코너와 세심한 공간 활용은 특히 돋보인다.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관찰자 시점>전시에서도 식물을 테마로 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청호 주변의 생태환경을 연구, 관찰, 기록해간 젊은 작가들은 초자연적인 신비 내지는 과학, 시간과 공간 등에 관한 질문과 존재 방식의 성찰을 식물, 오브제, 마인드 맵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슬로라이프 등이 관심을 끄는 이즈음에 타샤 할머니의 정원,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호숫가 생활 등에 관한 책들을 보면서 잃어 가는 소중한 것들과 아름다움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샘터 2018년 6월호